블로그를 쉬다 보면
항상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나는 언제 다시 쓰게 될까?”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면
다시 쓰게 되는 날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은
아주 사소한 날이었다.
시간이 갑자기 생긴 날도 아니고,
마음이 완전히 정리된 날도 아니었다.
오히려
아무 이유 없이
조금 심심한 날이 많았다.
예를 들면 이런 날들이다.
- 할 일은 있는데 손이 안 가는 날
- 괜히 휴대폰만 들여다보던 날
- 하루가 그냥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날
이럴 때
블로그를 한 번 열어본다.
글을 쓰겠다는 생각보다는
“뭐가 있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쓰게 되는 날은
대부분 의욕이 생긴 날이 아니라,
의욕을 찾으러 온 날이었다.
갑자기 열정이 솟아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에서
그나마 제일 덜 부담되는 선택이
글 쓰기였던 셈이다.
신기한 건
그렇게 아무 기대 없이 열었을 때
글이 더 잘 써진다는 점이다.
- 잘 써야겠다는 생각도 없고
- 길게 써야겠다는 계획도 없고
- 반응을 기대하지도 않을 때
그냥
한 문장만 적어볼까 하다가
어느새 문단이 된다.
반대로
“이제 다시 열심히 써야지”라고
마음먹은 날은
오히려 잘 안 써졌다.
계획이 생기고,
목표가 생기고,
기대가 생기면
글은 갑자기 무거워진다.
다시 쓰게 되는 날에는
항상 그 무게가 없다.
또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다시 쓰게 되는 날은
대부분 나 자신에게 조금 느슨해진 날이었다.
- 오늘은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한 날
- 잘 못해도 괜찮다고 넘긴 날
- 굳이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은 날
이럴 때
글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글은
자기 검열이 약해질수록
쉽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요즘은
“언제 다시 쓰게 될까?”를
굳이 걱정하지 않는다.
대신
다시 쓸 수 있는 상태를
남겨두려고 한다.
- 블로그를 완전히 닫지 않기
- 글을 전부 지우지 않기
- 돌아와도 어색하지 않게 두기
이 정도만 해두면
다시 쓰게 되는 날은
생각보다 조용히 찾아온다.
돌아와서 쓰는 첫 글은
대부분 별거 아니다.
짧고,
정리도 안 돼 있고,
굳이 남에게 보여주기엔
애매한 글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글이 시작점이 된다.
블로그를 오래 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쓰는 사람들이 아니다.
- 멈췄다가
- 돌아왔다가
- 또 쉬었다가
- 다시 쓰는 사람들이다
중요한 건
멈춤이 아니라
돌아올 자리를 남겨두는 것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혹시 지금
“언제 다시 써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다면,
그 질문은 잠시 내려놔도 된다.
다시 쓰게 되는 날은
대개
결심해서 오는 게 아니라,
슬쩍 들렀다가
앉게 되는 날이니까.
그날을 위해
오늘은 그냥
문 하나만 남겨둬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