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오래 하다 보니 예전에는 없던 습관들이
하나둘 생겼다.

처음에는
그게 습관인지도 몰랐다.
그냥 어느새 그렇게 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생긴 습관은
메모를 남기는 방식이었다.
예전에는
메모를 하면
할 일이나 약속 정도만 적었다.
지금은
문장이 떠오르면
굳이 끝까지 안 써도
핵심만 적어둔다.
- “이건 나중에 써먹을 수 있겠다”
- “이 느낌은 기록해두고 싶다”
그 메모들이
실제로 글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데도
적어두는 습관은
계속 남아 있다.
또 하나는
말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습관이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갔을 말들도
요즘은
머릿속에서 한 번 더 굴려본다.
“이 말은 왜 이렇게 나왔지?”
“조금 다르게 말할 수도 있었을까?”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니
말도 문장처럼 다루게 됐다.
좋은 점도 있고,
괜히 피곤할 때도 있다.
길을 걸을 때도
습관이 하나 생겼다.
뭔가를 보면
자동으로
“이걸 어떻게 글로 풀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카페에서 들은 대화,
지하철에서 본 표정,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장면들.
실제로 글로 쓰지 않아도
그렇게 생각하는 버릇이 남았다.
이상한 건
이 습관이
글을 많이 쓸수록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더 자연스러워진다.
예전에는
억지로 관찰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그냥 스쳐 지나가면서
자동으로 남는다.
또 하나 생긴 습관은
예전 글을 함부로 지우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는
마음에 안 들면
바로 지웠다.
지금은
웬만하면 그냥 둔다.
지우는 것보다
남겨두는 쪽이
더 편해졌기 때문이다.
그 글이
지금의 나와 안 맞아도,
그때의 나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블로그를 하면서
시간을 보는 방식도 달라졌다.
“요즘 뭐 했지?”라는 질문에
기억보다
글을 먼저 떠올린다.
아,
이때 이런 글 썼었지.
그럼 그 시기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기억이 아니라
기록을 통해 시간을 떠올린다.
이 습관들이
다 좋은 건 아니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보내던 시간이
조금 그리워진다.
모든 걸
의미로 바꾸려는 태도는
피곤할 때도 많다.
그래서 일부러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는 날을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습관들을
굳이 고치고 싶지는 않다.
이상하긴 해도,
이게 지금의 나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상태 같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하면서 생긴 습관들은
내 삶을 바꾸기보다는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조금 드러내게 만들었다는 느낌에 가깝다.
어쩌면
블로그는
글을 쓰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의 습관을
조금씩 바꾸는 장치인지도 모른다.
눈에 띄지 않게,
티 나지 않게.
혹시 요즘
예전과 조금 달라진 자신을
느끼고 있다면,
그게 꼭 나쁜 변화는 아닐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계속 기록한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걸
조용히 바꿔놓는다.
그리고 그 변화는
대부분
나중에야 알아차리게 된다.
오늘의 글도
그런 습관 중 하나로
그냥 남겨둔다.
나중의 내가 보면
“아, 이때 이런 버릇이 있었구나”라고
말할지도 모르니까.